축시
소읍연대기
단 한 차례도 분지형 거주지를 빠져나간 적이 없지
늘 만수위까지 차이는 3번 국도변 사람들은 돈을 빌리러 가는 일보다
희소성 바람을 꾸러 더 많은 발품을 판다네
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국지풍 문장을 읽어내는 읍민들 당산나무 아래
노인은 몇 점 남지 않은 소싯적 일을 볼우물 더듬어 산발적으로 오물 거리고
자율학습 마친 밤 웃자란 아이들은 성글게 엮은 어둠 샛골목에서 발랄한 성장판을 키우며 바람을 습작하고 있지
노지에 직파한 속이 꽉 찬 바람 적기에 출하되지 몸에 밴 오랜 경험은
결구 된 중심에서 솎아낸 튼실한 바람의 종자를 골라내고 헐거웠던 시절에
거두어드린 해거리 바람도 작황 좋은 시기에 소출한 팽팽했던 바람도 비중가림한 생계 이랑마다 켜켜이 재워 북돋우어 놓는다네
염 민 기
◼︎ 양력
경남 거창 출생. 동국대 졸업.
경남작가회의•한국작가회의 회원,
거창문학회 회장 지냄.
윤동주 문학상 <서시> 시 부분 신인상 수상.